
백온유 작가의 『4의 제판』은 청소년 문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사유와 서사를 지닌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복제'라는 SF적 소재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질문하며, 고등학생 독자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철학적 여운을 남깁니다. 복제된 인물들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되며 독자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4의 제판』에 담긴 복제와 존재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 작품이 왜 지금 이 시대에 의미 있는 청소년문학인지 총평합니다.
복제인간 설정을 통한 정체성 질문의 확장
『4의 제판』은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자율성,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주인공 ‘이해’는 자신의 삶이 실제 인간 ‘주하’의 제4복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충격 속에서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에 자존감을 잃고, 인간답게 살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작가는 이해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복제된 존재가 결코 원본의 그림자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감정은 진짜인가’, ‘내 선택에 의미가 있는가’ 같은 실존적 물음이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처럼 『4의 제판』은 SF적 설정을 단순한 이야기 장치로 쓰지 않고, 철학적 질문과 정서적 서사로 연결하는 데 성공합니다. 복제라는 극단적 설정은 실제 청소년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도 맞닿아 있어, 현실성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한 한국형 청소년문학의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존재론적 서사의 힘: 인간됨의 기준은 무엇인가
작품 전반에 흐르는 핵심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이해는 본인이 복제체라는 사실을 안 이후, 주변 인물들의 시선과 판단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구축해 나갑니다. 그는 생물학적 복제라는 사실 외에도, 사회적 시선, 감정의 진정성, 관계의 유효성 등 여러 층위에서 자기 존재를 의심합니다. 특히 작가는 ‘존재의 고유성’을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경험과 감정의 주체성’으로 환원함으로써, 진정한 인간됨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이해는 극 중 후반부로 갈수록 “비록 내가 복제라도, 나의 감정은 내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냅니다. 이 같은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존재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게 만들고, 복제를 매개로 한 철학적 독서를 가능케 합니다. 『4의 제판』은 단순히 청소년의 정체성 위기를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됨의 기준과 의미를 재구성하는 서사적 실험을 감행하며, 장르적·철학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4의 재판, 청소년문학을 넘는 문학성: SF와 철학의 융합 사례
『4의 제판』은 국내 청소년문학에서 보기 드문 SF와 철학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소재적 참신함에 의존하지 않고, 치밀한 내면 묘사와 감정의 밀도로 문학적 깊이를 확보합니다. 백온유 작가는 복제라는 과학적 설정에 기대기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흔들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자아를 중심으로 서사를 끌고 갑니다. 이는 독자가 이해라는 인물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들고, 동시에 그가 겪는 갈등이 낯선 설정임에도 공감되게 합니다. 또한 이야기의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존재란 끝없이 질문해야 하는 것’이라는 열린 구조를 택해, 문학의 근본 기능인 사유의 여지를 남깁니다. 이런 점에서 『4의 제판』은 청소년문학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성인 독자에게도 철학적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학작품으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SF와 인간학, 감정 서사가 교차하는 이 소설은 한국 문학계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남깁니다.
『4의 제판』은 복제라는 SF 소재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소설이다.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한국 청소년문학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