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반도체 제재로 압박했지만 중국은 희토류 독점이라는 카드로 맞섰고, 이 구도 속에서 울산의 고려아연이 1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50년간 쌓아온 재련 기술이 지정학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제조업 기반 기술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희토류 재련기술의 전략적 가치
희토류는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지만 전 세계 가공량의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국 땅에도, 호주에도, 캐나다에도 광물은 존재하지만 재련 기술이 없으면 그저 돌덩이에 불과합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희토류가 풍부한 땅을 확보해도 재련소가 없으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련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과 독성 폐수가 발생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1990년대부터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선진국들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재련소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네이멍구 바이윈어보 호수 주변처럼 환경 파괴를 감수하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은 재련 산업을 키웠고, 그 결과 글로벌 공급망의 절대 강자가 되었습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에어컨은 물론 미사일 유도장치, 전투기 엔진, 야간투시경 등 군사 분야에 필수적입니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억류했던 중국인 선장을 석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5년 1월 중국이 다시 일본의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들이 원자재 수급 비상에 걸렸습니다. 미국도 같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었고, 이것이 미국을 한국으로 이끈 결정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미중 패권경쟁 속 고려아연의 부상
미국이 원한 조건은 명확했습니다. 첫째, 재련 기술을 보유할 것. 둘째,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재련할 수 있을 것. 전 세계에서 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곳은 중국과 한국뿐이었고, 중국에 부탁할 수 없는 미국은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그 중심에 고려아연이 있었습니다.
고려아연의 시작은 1974년 울산의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창업주 최기호는 세계은행이 "한국은 지하자원이 없어 재련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공식 보고서에 명시한 상황에서도 재련소 건설을 밀어붙였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공업 육성을 선언하며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전자, 비철금속을 국가적으로 밀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낸 흐름에 올라탄 것입니다.
자금 조달이 최대 난관이었습니다. 재련소 건설에 7천만 달러가 필요했지만 국제 금융기관들은 "선진국도 힘들어하는 사업인데 한국이요?"라며 문전박대했습니다. 고려아연은 비싼 턴키 방식 대신 부품별 개별 발주로 비용을 절감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며 기술을 익혔습니다. 결과적으로 4,500만 달러로 공장을 완공했고, 이는 예상 비용의 65% 수준이었습니다.
1978년 온산 재련소가 가동을 시작했지만 초기 회수율은 80%에 불과했습니다. 20%를 버린다는 의미였고, 경쟁사들은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15년을 더 파고들어 1993년 아연과 납을 동시에 재련하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했고, 회수율을 99%까지 끌어올렸습니다. 2000년에는 슬래그라 불리는 찌꺼기의 90%를 재처리해 시멘트 원료로 전환하고, 그 안에서 희소금속까지 추출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습식 재련 기술을 확보하며 중국식 고온 재련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 화학 용액으로 금속을 분리하는 친환경 공법을 완성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이 원하던 기술이었습니다.
고려아연 M&A 공방과 국가 안보
2024년 9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손을 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이었지만, 투자자 명단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자 중에는 중국투자공사, 즉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부펀드가 5%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5천억 원 수준이지만, 상대가 희토류 재련 기업이라는 점에서 비중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트럼프 측근들이 직접 나서며 "고려아연이 넘어가면 핵심 광물이 중국으로 간다"고 경고했고, 미국 하원 의원은 상무부에 공식 서한을 보냈습니다. 한편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50년 전 창업 파트너였지만, 경영 방향을 두고 갈등이 깊어진 상태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영풍이 운영하는 석포 재련소가 낙동강에 카드뮴 오염수를 흘려보낸 사건이 터지며 환경부가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했고, 법원도 이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국민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주식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고려아연은 지켜야 한다",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안 된다", "50년 쌓은 기술이 날아간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애국 매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전 국민이 1주씩 사자는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도 "전략 자산을 지켜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12월 15일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재련소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 규모는 74억 달러, 한화로 약 11조원이었습니다. 미국 상무장관 러드닉은 즉시 SNS에 "This is a huge win for America(이건 미국의 큰 승리다)"라고 글을 올렸고, 백악관도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상무장관이 직접 SNS에 글을 올리고 백악관이 나서는 일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투자 구조는 더욱 놀라웠습니다. 고려아연이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9,900억원으로 전체의 10%도 안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가 3조 2천억 원을 지원했고, 남은 7조 원은 JP모건이 대출했지만 미국 정부가 보증을 섰습니다. 결정적으로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지분 10%를 유상증자로 취득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할 제품 목록을 보면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명확해집니다. 아연과 납은 기본이고, 핵심은 희소금속 5,100톤입니다. 미군이 사용하는 총알을 단단하게 만드는 안티몬, 야간투시경과 미사일 유도장치에 들어가는 게르마늄, 스마트폰 터치스크린과 태양광 패널에 필수적인 인듐이 여기서 생산됩니다. 특히 인듐은 미국 수입량의 30%를 이 공장에서 충당할 계획입니다.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같은 미국 3대 방산기업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F-35 전투기 한 대를 만드는 데 희토류가 420kg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24일 법원은 MBK측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제휴 및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이라는 경영상 목적이 인정된다"며 국가 안보 차원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단순한 기업 분쟁이 아니라 국가적 사안으로 본 것입니다.
고려아연의 다음 행보도 주목됩니다. 도시광산 시대를 대비해 폐 휴대폰, 폐 컴퓨터, 폐 전기차 배터리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원순환 기업인 어세니오, 에브테라, 캐스커맨메탈스를 인수했고, 알타리소스테크놀로지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단백질을 이용한 희토류 분리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2027년부터 연간 100톤 규모로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채굴이 아닌 재활용으로 희토류를 확보하는 시대를 한국 기업이 열고 있는 것입니다.
50년 전 울산에서 시작해 묵묵히 기술을 쌓아온 고려아연은 세계 은 생산 1위, 아연 연간 60만톤 이상 생산, 103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25년간 단 한 분기도 적자가 없었고, 이제 미국 국방의 핵심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2027년 테네시 재련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중국의 90% 독점 체제에 의미 있는 균열이 생기고, 2030년이면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이 안정화될 전망입니다.
이 사례는 히토류를 둘러싼 미중 경쟁을 한 기업의 서사로 압축해 전달하며 강한 설득력을 만들어냅니다. 50년 서사를 통해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환경 규제와 재련 기술을 연결해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명확히 설명합니다. 다만 트럼프의 '백기' 표현이나 중국의 역할이 다소 극적으로 단순화된 측면은 있지만, 제조업 기반 기술이 지정학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재련 기술까지, 한국 제조업의 저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uZj6gbkgF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