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가 202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여 국가 폭력과 기억, 상실과 연대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 사이에서 인물들의 내면과 상처, 기억을 아름답고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문학적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중심 줄거리, 핵심 주제, 그리고 독자에게 인상 깊게 다가오는 문장들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문학적 언어로 품은 보기 드문 서사이며, 시대와 감정, 기억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강력한 문학적 연결고리입니다.
주요 주제와 메시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기억", "상실", "연대", "말하지 못한 것들"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가장 중심적인 주제는 ‘기억’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그 기억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설은 이 기억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과정을 통해 망각에 저항하려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연대’입니다. 상실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서로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정은과 인선의 관계는 혈연이 아닌 우정의 연대를 보여주며, 이 시대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윤리적 태도를 제시합니다. 작품은 또한 ‘말하지 않는 것의 무게’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며, 역사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기는 침묵의 흔적을 언어로 복원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기억의 윤리를 중심에 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아픔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그 아픔을 함께 감당할 수 있을지를 문학적으로 제안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줄거리 요약
소설은 화자인 ‘정은’과 그녀의 친구 ‘인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인선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물이고, 정은은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아픔을 공유해 온 존재입니다. 이야기는 현재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인선의 기억과 과거 회상, 그리고 정은의 내면 독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로 이동하며, 광주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의 참상을 하나하나 끄집어냅니다. 인선은 어머니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간 고통 속에 살아왔고, 그녀의 고통은 단지 가족의 상실에서 끝나지 않고, 그 시대를 함께 살아낸 이들의 집단적 상처와 맞닿아 있습니다. 정은은 그런 인선을 지지하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대신 기록하고자 하며, 두 여성은 서로의 상처를 통해 새로운 의미의 연대를 형성해 갑니다. 작품은 비극적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감당해야 할 죄책감, 침묵, 기억의 무게를 정교하게 조명하며, ‘남겨진 자의 서사’를 중심에 두고 서사가 진행됩니다. 이처럼 줄거리는 사건 중심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축으로 전개되어, 독자에게 시간의 층위를 따라 깊은 내면 여행을 선사합니다.
인상 깊은 문장과 문체의 특징
한강 작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강렬합니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조용히 스며드는 이미지와 상징, 그리고 공간의 묘사를 통해 깊은 감정선을 전달합니다. “나는 여전히 네가 떠난 자리에, 너의 그림자를 만지며 앉아 있다.”와 같은 문장은 상실의 감정과 고요한 애도를 담고 있으며, 독자의 마음에 여운을 남깁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한강 특유의 시적인 문체가 유지되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 생과 사가 뒤섞인 서사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시간의 층위를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광주라는 공간은 단지 배경이 아닌, 기억과 침묵, 죽음과 삶의 상징으로 제시되며 문학적으로 재구성됩니다. 이처럼 한강의 문장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각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통로로 기능합니다. 독자들은 문장을 따라가면서 인물의 내면뿐 아니라 자신 안의 상처, 기억, 아픔과도 마주하게 되며, 문학이 주는 치유와 사유의 힘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소설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기억을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새기려는 시도입니다. 개인의 상처에서 출발하지만, 그 아픔은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되어 독자 모두의 마음에 닿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이 어떻게 고통을 서사로 품고, 침묵을 목소리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고통과 기억, 사랑과의 작별을 유예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