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는 청년을 위한 나라라는 이상적 설정을 배경으로, 권력과 선택, 자유와 억압 사이에서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를 다룬 문제작이다. 아몬드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입증한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과감하게 끌어들인다. 현실과 닮은 듯 다른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젊음, 이상, 체제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설정과 배경: ‘젊음만이 존재하는 나라’
젊음의 나라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세계관이다. 이 나라는 ‘청년만이 입국 가능한 국가’로, 나이 제한(만 19세~34세)이 존재하며, 그 나이를 넘기면 자동 추방된다. 겉보기에는 청년을 위한 청년의 나라, 능력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상향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곳 또한 또 다른 형태의 계급 사회다. 젊은이라는 공통된 조건 아래 모였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소외와 불평등, 기회 차이와 권력 집중이 존재한다. 사회적 이상은 외형뿐, 현실은 다르다. 특히 ‘노동 배당제’와 같은 제도들은 처음에는 공정해 보이나 시간이 지나며 왜곡되기 시작하고, 개인의 삶은 국가와 제도의 효율 속에 편입된다. 이러한 세계관은 현실 청년들이 느끼는 ‘제도적 모순’과 맞닿아 있다. 청년의 능력만 보면 된다는 말 뒤에 숨은 차별과 경쟁, 나이 제한 정책이 얼마나 기만적일 수 있는지를 이 설정 하나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젊음이란 이름으로 가려진 이 사회는 결국 현실보다 더 차갑고 비정할 수 있음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주요 인물과 서사 구조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람’이라는 20대 청년이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 젊음의 나라에 입국하며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처음에는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컸지만, 점차 시스템 안에서의 위화감과 회의에 휩싸이게 된다. 그는 나라 안의 모순을 직접 겪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변화한다. 또한 ‘혜림’, ‘준서’ 등의 인물들도 등장한다. 혜림은 외적으로 성공한 인물이지만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고 있으며, 준서는 반대로 체제 순응형 인물로 가람과 대비를 이룬다. 이 인물들의 다층적 시선은 독자가 다양한 관점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가람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진실에 접근하게 되며, 점차 이 시스템이 청년을 위한 다기보다 청년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젊음의 나라는 청년에게 기회의 땅이라기보다 ‘젊음을 착취하는 나라’ 임이 드러나며, 가람의 선택은 소설의 중심 갈등으로 작용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전통적인 성장소설의 틀을 따르되, 성장의 끝이 반드시 희망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성장에는 상처가 따르고, 변화에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반복해서 암시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손원평 작가는 젊음의 나라를 통해 "이상은 어떻게 현실 속에서 왜곡되는가", "자유는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통제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처음에는 유토피아처럼 보였던 청년국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교묘한 디스토피아’로 변모한다. 통제는 부드럽고, 억압은 논리적이며, 순응은 생존의 방식이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음’이라는 단어 자체의 이중성이다. 젊음은 긍정적이고 희망찬 상징이지만,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 소멸하는 속성을 갖는다. 손원평은 이 책을 통해 ‘젊음을 위해 만든 나라’가 결국 ‘젊음이 사라질 때 쓸모없어지는 인간’을 양산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작가는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게 던진다. 가람을 비롯한 등장인물은 처음에는 제도나 시스템에 순응하거나 무관심하지만, 점차 그 안의 구조를 자각하며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독자에게도 ‘청년이 스스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무관심은 곧 지배를 허용하는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다. 결국 이 소설은 단지 젊은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정말 우리의 이상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우리는 시스템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젊음의 나라는 손원평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문장으로 완성된 청년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젊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회와 권력,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문학적 재미를 넘어, 지금 이 시대를 반추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