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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귀자 『모순』 (균열과 화해, 자아 찾기,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by start03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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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 정체성… 시대가 변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우리 삶의 숙제를 품은 소설

1998년 첫 출간된 장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25년, 어쩌면 한 세대가 지나갔음에도 이 소설은 잊히지 않고 오히려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요즘 서점에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 중 하나가 바로 『모순』이라는 사실이 꽤 인상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어떤 이야기는 세월이 지나면 낡아버리는데, 이 소설은 시대를 관통하는 힘을 여전히 지니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모순』이 다루는 이야기의 중심에 “변하지 않는 인간의 고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사랑, 세대 갈등, 자기 삶을 빚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의 충돌들… 이 질문들은 1998년에도, 2024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화두입니다.


1.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피어나는 균열과 화해

너무 가깝기 때문에 더 어려운 관계들

『모순』은 주인공 안진진을 중심으로 모계 가족의 다양한 갈등과 화해를 밀도 있게 담아냅니다. 특히 외할머니–어머니–딸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가족 구도는 그 시대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지금 읽어보면 오히려 “이게 현실이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솔직합니다.

진진은 가족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감정의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
  • 사랑하지만 가까이 있기 힘든 거리감
  • 함께 살지만 서로를 너무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공허함

이러한 감정은 1990년대든 지금이든 너무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특히 ‘부모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맞지 않을 때’ 생기는 갈등은 오늘날 MZ세대가 부모 세대와 부딪히는 문제와 정확하게 맞물립니다.

전통적 효의 관념, 여성에게 요구되는 희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오래된 기대들. 이 모든 것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순』은 지금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때로는 너무 버거운 마음, 가까이 있어서 더 상처받는 역설… 바로 이 ‘모순적인 감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 부분이 단순한 가족 소설을 넘어선 공감의 포인트가 됩니다.


2. 여성의 자아 찾기 —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여정

진진의 흔들림은 지금을 사는 우리의 흔들림과 닮아 있습니다.

『모순』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바로 여성 정체성의 탐색입니다. 주인공 진진은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 같은 삶’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려고 끊임없이 몸부림칩니다.

학력, 직업, 연애, 결혼… 이 모든 선택 앞에서 진진은 늘 두려움과 기대 사이를 오갑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덜 후회할까?”
“이 길은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일까?”

25년 전 여성들도 같은 고민을 했고, 지금의 여성들도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유리천장, 결혼과 경력 단절, 사회적 역할에 대한 압박, 그리고 ‘여성다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범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순』 속 진진의 흔들리는 감정, 그리고 한 걸음씩 자기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은 지금 이 시대의 여성 독자들에게도 강한 울림을 줍니다.

『모순』은 단순히 여성 서사를 넘어, “한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겪는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며 모든 세대에게 적용 가능한 보편성을 획득합니다.


3. 시대는 바뀌어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모순』은 지금 다시 읽혀야만 하는 작품입니다.

『모순』은 제목 그대로 “삶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소설입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거리감, 옳은 선택을 하고 싶지만 어떤 게 옳은지조차 모를 때의 막막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은 시대가 바뀌어도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끊임없이 선택 앞에 서 있고, 가족 안에서 상처받고 위로받기를 반복하며, 관계의 거리 조절에 서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전 세대가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란 많지 않지만 『모순』은 그 드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요즘 독자들 사이에서 “다시 읽는 고전”으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마무리 — 『모순』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장귀자의 『모순』은 시대를 초월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가족의 의미, 사랑의 방향, 가치관의 충돌, 개인의 삶… 아주 익숙한 주제들로 이루어졌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감정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삶은 모순투성이지만, 그 모순 속에서 결국 우리는 자라난다”고.

지금 자신의 선택이 흔들리고 있다면, 가족 관계 속에서 답답한 마음이 있다면, 혹은 단순히 좋은 문학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

『모순』은 지금 이 순간 읽기에 가장 적절한 책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있던 질문 하나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형태를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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