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인트는 이희영 작가가 쓴 청소년 장편소설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독창적인 설정과 섬세한 감정 묘사로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페인트의 줄거리 요약을 중심으로, 작품에 담긴 가족에 대한 철학과 청소년의 정체성 성장 과정을 살펴봅니다.
줄거리 요약: 선택받지 않는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낸 현실
페인트의 주인공 제이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국가 보호 시스템인 ‘페인트 센터’에서 살아가는 소년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로, 이 사회에서는 '페인트 제도'라 불리는 독특한 입양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 제도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를 인터뷰하고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성인은 국가에 등록해 심사를 받고, 아이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합니다. 제이는 곧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열여덟의 나이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진짜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여러 번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이 진심보다 위선이나 조건을 앞세운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점점 더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제이의 시선은 날카롭고 현실적입니다. 그는 어른들의 가식적인 태도와 감정 없는 대답을 간파하며, 그들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켜냅니다. 그러던 중, 과거에 입양 경험이 있는 새로운 센터 직원 노아가 등장하고, 제이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됩니다. 노아는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따뜻한 인물로, 제이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이후 제이는 또 한번의 인터뷰를 통해 진심 어린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부부를 만나게 되고,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갈등을 겪으며, 마침내 '가족'이라는 존재에 다시 한 번 마음을 열 준비를 하게 됩니다. 페인트는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아이가 아닌, 선택할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며 독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족의 의미: 법적 제도보다 중요한 감정의 연결
페인트가 독특한 점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법과 제도 속 조건이 아닌, 감정과 책임, 그리고 ‘선택’의 문제로 재정의한다는 데 있습니다. 작중의 세계관은 현대 사회의 입양, 가족 해체, 돌봄의 시스템 문제를 극단적으로 구조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격 심사를 받고, 아이는 인터뷰를 통해 부모를 고른다는 설정은 얼핏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아이들을 ‘상품’처럼 바라보는 시선, 사회적 제도로서 가족이 얼마나 불완전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담아냅니다. 주인공 제이는 여러 어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위선, 통제, 거짓 애정을 반복해서 경험합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족이란 단순히 피를 나누었거나, 서류상 연결된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감정의 연결임을 강조합니다. 페인트 시스템은 가족을 기계처럼 배정하는 사회 구조지만, 제이는 거기서도 인간적인 관계와 따뜻한 감정이 진짜 가족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아 갑니다. 특히 작품 속에서는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가족을 믿지 못하게 되는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가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할 수 있게 유도합니다. 이는 현실에서 가족에게 상처받은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우리가 진정 가족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한 울림을 줍니다.
청소년 성장: 정체성과 선택의 힘을 되찾는 여정
페인트는 청소년 소설의 핵심 주제인 ‘성장’과 ‘자기 정체성의 확립’을 미래적 상상력 속에 녹여낸 작품입니다. 제이는 이야기의 초반부에서 철저히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며,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며 스스로를 지키려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그가 어른들로부터 반복해서 거절당하고, 외면당한 결과로 형성된 자기 방어 기제입니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제이는 노아와의 관계, 다른 아이들과의 대화, 그리고 진심 어린 인터뷰 과정 등을 통해 점차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가치에 대한 회복이며, ‘내가 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는 청소년이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독립적 주체임을 강조합니다. 제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입장에 있다는 설정은, 역으로 어른 독자들에게도 ‘내가 아이들에게 선택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자문을 유도하게 만듭니다. 이는 기존의 위계적 시선을 뒤흔드는 서사 전략으로, 청소년 독자들에게는 해방감을, 성인 독자에게는 성찰을 불러옵니다. 페인트는 결국,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는 상처를 딛고도 타인과 연결되려는 용기를 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달합니다. 이 성장 서사는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기며, 작품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에 남습니다.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는 미래적인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을 결합한 수작으로, 가족의 본질과 인간 관계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줄거리의 몰입도는 물론이고, 청소년의 심리를 다룬 깊이 있는 통찰과 사회적 메시지가 어우러져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한 사람의 선택과 성장, 그리고 관계의 힘을 믿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