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귀자의 대표작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생생한 울림을 주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에는 억압된 여성의 삶, 금지된 욕망, 그리고 자기 자신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몸부림이 담겨 있습니다.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나에게 금지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소망하며 살아왔는가?” 이 소설은 단지 여성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본능적 갈망과 성장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금지된 것에 대한 소망 —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서 피어나는 가장 원초적 욕망
작품의 제목은 이미 이야기의 방향을 단번에 보여줍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 문장은 금기와 소망의 관계를 가장 아름답고도 잔인하게 드러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과된 수많은 규범 속에서 살아갑니다.
- 참아야 하는 감정
- 숨겨야 하는 욕망
- 감당해야 하는 책임
- 순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양귀자는 이 금지의 체계를 아주 세밀한 언어로 해부합니다. 주인공의 소망은 단순한 일탈이나 반항이 아니라, ‘나로 살고 싶다’는 가장 인간적인 외침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늘 사회의 벽에 부딪히고, 금지된 선 앞에서 맴돌며, 때로는 그 금기를 넘어서려다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회복하기 위한 숙명과도 같은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양귀자는 금기라는 장벽을 단지 억압의 기제로 보기보다, 그것을 넘으려는 인간의 의지와 갈망을 문학적으로 확장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소망은 눈물 나는 절망이면서 동시에 눈부신 성장의 징후입니다.
2. 자아를 찾아가는 서사 — 타인으로 살던 여자가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여정
양귀자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여성의 내면’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그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지점까지 도달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단순히 억압 속에서 좌절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느끼고, 죄책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그 어떤 감정도 단일하게 흘러가지 않고, 이면에는 늘 갈등과 자문이 겹칩니다.
이 소설이 강력한 이유는, 주인공을 “피해자”나 “희생자”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녀는 스스로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 욕망이 가져오는 고통을 스스로 감내하며, 내면의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인물입니다.
현대 여성 독자들이 이 소설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가족 안에서 희미해지는 자기 존재감
- 사회 역할 속에서 끊임없이 조각나는 정체성
- 책임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양귀자는 이런 복잡한 감정선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포착합니다. 특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절규입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삶을 단지 “문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성 내면에 숨어 있는 힘, 고요한 분노, 회복력까지 함께 보여주는 서사입니다.
3. 성장의 고통과 회복 — 금기와 마주하는 것이 진짜 성장의 시작
이 소설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여성의 억압’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영원한 문학적 주제를 깊고 성숙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금지된 것을 소망하며 무너지고, 그 무너짐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깨달음입니다.
양귀자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절제된 문장 안에는 삶을 향한 강력한 연민과 뜨거운 이해가 녹아 있습니다.
금기란 누군가의 통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씌운 상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금지를 넘어서는 순간, 주인공은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마주합니다.
독자들은 이 여정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에도 금지된 마음, 감춰둔 욕망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금지를 직면할 때 비로소 성장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마무리 — 현대를 여전히 꿰뚫는 여성 서사이자, 인간 보편의 성장 기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한 시대의 여성 문제를 다룬 소설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넓고 깊은 질문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는 무엇을 소망하며 살아왔는가?” “왜 그것이 금지되었는가?” “나는 그 금기를 넘어서고 싶은가?” 이 질문은 1992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한 질문입니다.
금지된 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파괴가 아니라 성장의 시작이며, 이 소설은 그 여정을 가장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한 작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독자가 이 작품을 다시 찾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상처를 꺼내게 하면서도,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힘을 함께 선물하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다시 읽으면 더욱 선명해지는 한국문학의 현대 고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