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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사랑, 이별, 고백)

by start03 202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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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책 표지
다 하지 못한 말 책 표지

사랑은 우리가 가장 많이 쓰지만, 가장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임경선 작가의 신작 소설 다 하지 못한 말은 그 미완의 감정,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 그리고 이별 뒤에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살아 있는 고백들에 대한 이야기다.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던 한 여성이 한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균형을 잃고, 사랑의 황홀과 고통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성장해가는 이 서사는 단순한 연애담을 넘어서 사랑의 본질, 말의 무게, 고백의 의미를 되묻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사랑에 관한 모든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하지 못한 말’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이 소설은, 우리가 모두 한번쯤 써봤을 법한 연애편지처럼 아프고 아름답다.

사랑, 그 말의 시작은 왜 늘 조심스러웠을까

주인공 ‘나’는 혼자서도 잘 살아가던 여성이다. 자신의 삶을 보살필 줄 알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일상 안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너무도 예기치 않게, 갑작스럽게 스며든다. 공연예술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당신’은 예민하고, 불안하고, 상처 입은 사람이다. 그의 음악은 슬프고 아름다우며, 그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애틋하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낯설지만 매혹적이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언제나 그렇듯, 말이 필요 없는 어떤 공기처럼.

다 하지 못한 말에서 사랑은 삶의 중심을 흔드는 강렬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내 주인공의 평온했던 일상을 천천히 침식시킨다. 작가는 이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혼란스러우며, 동시에 얼마나 황홀하고 절실한지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사랑은 때로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지만, 그보다 더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사랑은 ‘말’을 삼키게 만든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사랑이 깨질까 두렵다. 사랑이란 감정이 클수록 우리는 점점 더 말하지 못하게 된다.

임경선 작가는 사랑의 이러한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나를 잃지 않는 사랑이 가능한가?” 이 문장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연애를 하며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깊은 내면의 갈등이다. 사랑이 커질수록 나라는 존재가 작아지는 것 같고, 상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내 감정을 감추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그 과정을 글로 쓰기 시작한다. 그 글이 바로 다 하지 못한 말이다.

이별,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쌓인 시간

이별은 끝이 아니다. 때로는 시작보다 더 많은 말을 떠오르게 만드는 감정이다. 다 하지 못한 말에서 주인공 ‘나’는 이미 이별한 ‘당신’을 기억하며, 그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을 적는다. 그 말들은 때로는 사과이고, 때로는 회한이며, 어떤 것은 아직도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말들이 하나둘 쌓여 문장이 되고, 문장들이 모여 이 책이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왜 말하지 못했을까. 너무 좋아서, 너무 두려워서, 너무 상처받기 싫어서. 그래서 우리는 말 대신 감정을 눌러두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들을 꺼내본다. 소설은 그 모든 말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정말 좋았던 것, 너무 가슴 쓰라렸던 것, 당신을 속였던 것, 오래갈 거라고 생각해서 미처 하지 못한 말들” 이 문장들 하나하나는 특정한 사건을 설명하지 않지만, 감정의 파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힘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한다. “깊은 상처는 오직 내가 깊이 사랑한 사람만이 줄 수 있다.” 이 말처럼, 주인공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이별의 아픔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믿었던 사랑이 끝났다는 충격이며, 내가 쏟아부었던 감정들이 결국 나만의 것이었다는 자각이다. 하지만 그 고통은 동시에 나 자신을 다시 이해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 하지 못한 말은 이처럼 이별의 슬픔을 무겁게 다루되, 그 속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감정의 여백을 남긴다.

고백, 늦었지만 반드시 말해야 할 이야기

다 하지 못한 말은 결국 ‘고백’의 이야기다. 이 고백은 사랑하는 이에게 지금 전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멀어진 누군가를 향해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건네는 말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절실하며, 더 진실하다. 사랑은 끝났지만, 말은 남는다. 그리고 그 말이 나를 구원한다.

작중 화자는 일인칭 구어체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음성 녹음을 문자로 옮겨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부분은 마치 연애편지 같고, 또 어떤 문장은 상담실의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문장은 정제되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생생하고 진실하다.

임경선 작가는 “사랑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고 말한다. “조금 먼저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표현은, 관계의 끝에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감정의 타이밍이 어긋났을 뿐이라는 깨달음을 안긴다. 이 고백은 상대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쓰는 글이다. 진정한 고백은 상대를 향한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말일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은 아주 조용하다. 그 어떤 절규나 눈물보다도 잔잔한 한 문장이 더 큰 울림을 준다. “당신은 이제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 문장은 사랑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 하지 못한 말은 그렇게 끝나지만, 독자의 마음 속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내가 하지 못한 말’에 대한 기억이 남는다.

다 하지 못한 말은 단순히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품고 살아가는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문장으로 꺼내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책이다. 연애를 하며, 이별을 하며, 때로는 사랑을 갈망하며 삼켜왔던 모든 진심들을 이 소설은 대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숨죽여 눈물을 삼킨다. 아직 끝내지 못한 사랑이 있다면, 아직 하지 못한 말이 가슴 속에 남아 있다면, 이 책은 그 말을 꺼내는 용기를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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